‘쏠 줄 아는 여자’의 BMW 530i 3개월 롱텀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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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 차를 알아봐야지’라고 생각한 것은 10여 년간 내 곁을 지켜주던 애마 볼보 V50이 크고 작은 고장을 일으키기 시작한 지난해 초였다.

전국을 쌩쌩 누비며 고운 자태를 자랑하던 V50은 어느새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수리비 청구서를 끊임없이 안겨주었다. 뒷좌석 카시트에서 칭얼대던 두 아들도 이제 어엿한 초등학생이 돼 더 넓은 공간을 요구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어떤 차를 사야 하나 수개월을 고민할 때는 마치 세상의 모든 차들이 다 내 것만 같았다. 오랫동안 왜건을 탔으니 이번엔 좀 늘씬한 세단이 타고 싶었다. 주말엔 가족들과 여행하기에 편리하고, 운전을 즐기는 내게도 ‘펀 드라이빙’을 선사할 차였으면 더욱 좋겠다.

하지만 막상 예산을 정하고 차종을 좁혀가니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처음에 생각했던 독일 브랜드의 중형 세단은 가격과 옵션 사이에서 극단적인 타협을 요구했고, 한눈에 반해 그 자리에서 계약했던 스웨덴 브랜드의 신형 세단은 서너 달이 지나도 차를 받을지 알 수 없어 중간에 포기했다.

고려 대상에 있지도 않던 BMW 신형 5시리즈에 눈을 돌린 것은 그런 외적인 요인들이 있었다. 사진으로 볼 때 외관은 구형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고(물론 나중에서야 오해를 풀게 됐지만) 관심 있던 530i는 4기통 엔진으로 다운사이징 돼 6기통 고유의 ‘실키 드라이빙(Silky Driving)’을 즐기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직접 만난 신형 5시리즈는 M스포츠 패키지를 입어 훨씬 다이내믹하고 세련된 외모로 내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눈에 띄게 좋아진 인테리어 품질과 다양한 옵션들을 기본으로 장착한 가격 대비 성능이 경쟁사의 베스트셀러 모델을 내 머릿속에서 지우게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출고해 운행한지 어언 석 달. 그저 가족들과 돌아다니는 일이 즐거운 아이 둘을 태우는 주부면서, 가끔 업무용으로 도심을 달리는 직장인으로서 느낀 530i를 적어본다.

1. 밖에서 보면…

신형 5시리즈의 외관은 차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봤을 때 그냥 페이스리프트라고 착각할 정도로 이전 6세대와 느낌이나 디자인이 흡사하다. 하지만 실제로 차량을 운전하면 실내외 곳곳에 변화를 줬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놀라울 정도로 안정감 있게 바뀐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BMW 7세대 5시리즈

패밀리룩을 너무 극단적으로 지켜 ‘대-중-소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경쟁사 디자인보다는 각 모델의 개성을 잘 지키면서도 BMW만의 스포티한 아이덴티티를 살린 외관이 탈수록 만족스럽게 다가온다.(언제 지겨워질지 모르겠지만^^)

계약 시 주저했던 신형의 새로운 컬러 ‘블루스톤’도 관리가 쉽고 실내와 실외에서 보이는 컬러가 서로 다른 느낌이라 결과적으로 마음에 든다. 포인트인 파란색의 브레이크 캘리퍼나 직사각형의 머플러 팁, 그리고 블랙 몰딩과 M 엠블럼 등 기본 장착된 M스포츠 패키지의 디테일도 차가 가진 스포티함을 더욱 배가시켜 준다. 단 차체에 비해 왜소해 보이는 18인치 10 스포크 휠의 디자인은 조금 아쉽다.

2. 안에서 보면…

내가 고른 인테리어 컬러는 ‘모카’. 짙은 브라운의 나파가죽 시트다. ‘코냑’이란 새 시트 컬러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일단 플러스 패키지에서는 선택이 불가능하고 밝은 컬러 시트가 아이들의 발길질에 수난을 겪을 게 뻔해 눈물을 머금고 모카를 선택했다.

하지만 나파가죽의 단단하면서도 뛰어난 질감과 고급스러운 퀼팅 스티치는 그 아쉬움을 곧 잊게 만들었고, 고급스러운 무광 우드 트림과도 근사하게 어울렸다. 시트 포지션은 다양한 각도로 조절이 가능하나 너무 세분화돼 있어 아직 내게 최적화된 시트 포지션을 완벽히 찾지는 못하고 있다.

운전석에서 바라본 실내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와이드 터치스크린이다. 큼직한 터치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내게 직관적이고 편리한 조작을 제공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순정 내비게이션은 실시간 교통 흐름을 적당히 잘 반영했고 꽤 정확한 경로로 목적지를 안내한다.

여기에 그래픽 완성도가 높은 풀 컬러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경쟁 모델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인성과 편리함을 보여준다. 신형 5시리즈 기능을 논함에 있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제스처 컨트롤’은 오디오 볼륨 조절이 필요할 때 편리하긴 하지만, 인식 가능한 동작이 한정적이고 나도 모르는 손짓에 본의 아니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아 운전석에서의 행동을 조심하게 만든다.

하이파이 라우드 스피커를 적용한 오디오 시스템은 조금 실망이다. 카오디오 마니아들에겐 소위 ‘알갈이’ 등의 튜닝이 필수일 듯. 오디오를 틀 때마다 경쟁차의 아름다운 소리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이 차와 헤어질 때까지 내가 감내해야 할 숙명이다. 운전석 주변에 자잘한 수납공간이 부족한 것도 짐이 많은 여성 운전자에겐 아쉽다.

모임에서 테이블 위에 무심한 듯 ‘척’ 올려놓으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키도 너무 크고 무겁다. 어지간한 마우스를 방불케 하는 크기와 무게 때문에 떨어뜨릴까 봐 손에 쥐고 나가는 것조차 두렵다. 여성 운전자의 작은 손에 꼭 맞는 키를 바라면 안 되는 것인가.

구형 모델에 비해 넓어졌다는 실내 공간은 기대했던 것만큼 여유롭진 않지만 초등학생인 두 아이들이 타기엔 충분하다.

모든 브랜드가 경쟁하듯 천편일률적인 첨단 기능과 옵션으로 가격을 높이기보다는, 소비자가 보다 다양한 차를 즐길 수 있도록 각 브랜드의 특성에 맞게 기능을 알맞게 적용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본다.

3. 운전하며…

BMW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이다. 소위 ‘쏠 줄 아는 여자’로 불리며 나름 운전을 즐긴다고 생각해 온 내게 530i의 달리기 실력은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2리터에 무려 252마력이나 되는 출력은 충분히 여유로우면서도 필요할 때 맹렬한 주행성능과 민첩함을 선사할 줄 안다. 고속으로 치달을 때 부담스럽지 않은 엔진음과 핸들링, 흔들림 없는 직진성, 정숙함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저단 기어 변속 시에는 약간의 미션 충격이 느껴진다. 민감하게 말하면 저단에서 변속할 때 뒤에서 살짝 잡아끄는 듯한 느낌과 함께 덜컹하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BMW 뉴 5시리즈

운전하며 느낀 이 차의 가장 큰 미덕은 ‘적절한 성능과 적절한 편안함 사이의 완벽한 타협과 조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를 태워도 불편해하지 않을 승차감과 뛰어난 정숙성, 여기에 혼자만의 드라이빙에 부족함 없는 출력. 이를 뒷받침하는 서스펜션, 긴급한 상황에서 날 지켜줄 것 같은 강력한 제동력과 안전장치 그리고 합리적인 연비 등.

적어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얘기 같지만 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자동차를 찾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5시리즈가 너무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라서 그저 흔한 자동차로 평가절하 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아쉽다. 흔한 얘기지만 많이 팔리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반자율 주행 기능은 요즘 한창 관심이 높은 옵션이기도 하고 나 역시 출고 전부터 기대가 높았던 기능이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라는 이름의 BMW 반자율 주행은 70km/h 이상 주행 시 전방의 차선을 감지하고 의도치 않은 차선 변경이 발생할 때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가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는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앞차와의 거리를 설정하면 차간 거리와 속도를 자동으로 유지하며 달리는 정속 주행, 자동 정지 및 출발이 가능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여기에 보행자가 차량의 일정 거리 안으로 근접하면 경고를 보내는 라이트 시티 브레이크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교통상황 또는 자동차 전용 직선 도로에서 유용하게 쓰고 있는 이 기능은 편리하긴 하지만 나는 이 기능에 운전의 즐거움을 양보하고 싶진 않다. 어디까지나 운전자의 부주의를 미리 경고하거나 외부적인 위급 상황을 보조할 수 있는 옵션으로 사용하고 싶다.

BMW가 내세우는 신형 5시리즈의 수식어는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이다. 하지만 내게는 일상을 함께하는 든든하고 똑똑한 또 하나의 ‘가족’이다. ‘다이내믹과 편함’이라는 상반된 두 요소를 믿기 어려울 만큼 공존시키며 7시리즈도 부럽지 않은 이 차야말로 내게는 최고의 프리미엄 패밀리 세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BMW의 애프터서비스를 경험하는 일 없이 오래도록 내 가족과 동고동락해 주기를 기대해본다.

글 = 한수아 디렉터(㈜엠앤이 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