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어코드 2.0T의 주행감각 ‘놀랍고, 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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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이 아닌 대중 브랜드의 중형 패밀리 세단을 타면서 이런 주행감각을 느낄 줄이야. 신기했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착착 움직이고, 고속에서 차선을 바꾸는데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오로지 주행감성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값비싼 스포츠카처럼 말이다. 시승기를 쓰기 전에 독자들에게 먼저 권하고 싶은 것은 ‘만약 중형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혼다 10세대 어코드를 꼭 한 번 시승해보라’는 것이다.

이번 시승차는 혼다의 중형세단 신형 어코드 2.0터보 스포츠 모델이다. 파워풀한 VTEC 터보 엔진에 혼다가 독자 개발한 10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패밀리 세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강력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가족들과 함께 타는 세단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부드러움, 편안함, 안정감이다. 적당히 부드러운 하체와 약간은 출렁거리는 편안함, 그리고 세상 급할 것 없는 살짝 굼뜬 반응도 있다. 여기에 혼다라는 마크까지 들어가면 ‘중후함, 교과서적인’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진다.

하지만 이번 10세대 어코드는 이런 기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시승코스는 경기도 양평과 이천을 오가는 왕복 100km 구간. 이천까지는 직접 운전했고, 양평으로 돌아올 때는 뒷좌석에 앉아 승차감을 느껴봤다. 상대적으로 고속도로 구간이 많고 국도는 적은 구간이다. 짧은 거리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차는 적고 기자의 수는 많으니.

운전석에 앉자마다 차가 확 달라진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시트 포지션이 이전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10세대 어코드는 저 중심 설계를 통해 기존 보다 전고를 15mm 낮추고, 전폭과 휠베이스는 각각 10mm, 55mm 늘렸다. 낮아진 전고에 시트포지션까지 낮췄으니, 마치 스포츠세단에 오른 것처럼 온몸이 깊숙이 파묻혔다.

국도를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올라서면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순간 ‘왜~~엥’하며 배기음이 커지면서 앞으로 툭 튀어나갔다. ‘어! 이게 뭐지?’ 빠른 반응 속도에 놀랐다. 나도 모르게 중형 세단 특유의 살짝 주춤하면서 반 박자 느린 평범한 가속을 상상했었나 보다.

추월을 위해 1차선으로 차선을 바꾸는데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럽다. 마치 앞과 뒤가 한 덩어리로 순간이동하듯 차선을 넘나들었다. 전문 스포츠카에서나 맛볼 수 있는 움직임이다. 추월 뒤 원래 차선으로 복귀하는데도 같은 움직임이다. 묵직한 중형세단 특유의 출렁거림과 쏠림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이런 주행 성향은 급한 커브에서도 그대로 표출됐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속으로 커브를 돌아나가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가속페달을 밟는 데로 쑥쑥 잘도 빠져나간다. 무게 중심이 낮은 데다 차체도 가벼워 쏠림 현상이 거의 없다. 마치 후륜구동 차량을 운전하는 것처럼 코너링이 깔끔하다.

어코드는 태생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해서 만든 자동차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단단함보다는 소파에 앉아 있는 듯한 편안한 주행 성향의 자동차를 선호한다. 그래서 어코드나 캠리 등도 그동안 여기에 맞춰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독일 세단처럼 탄탄한 주행 성향을 가진 차량이 인기를 얻으며 비싼 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이에 혼다도 10세대 어코드를 단단하고 스포티함으로 무장시켜 출시한 것이다. 덕분에 어코드 역사상 가장 직관적이고 파워풀한 드라이빙이 가능하게 됐다.

2.0리터 직분사 VTEC 터보 엔진과 전자제어식 10단 자동변속기는 최고출력 256마력, 최대토크 37.7kg.m을 발휘한다. 특히 이 엔진은 저 회전 구간의 응답성을 향상시켜 출발 및 중고속 등 일상의 영역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10세대 어코드의 흐트러짐 없는 주행을 가능하게 한 또 하나는 에어로 다이내믹 다자인이다. 혼다는 아예 개발 단계부터 실차 크기의 목업(mock up) 모델을 제작해 풍동 터널에서 실험하며 결과 값을 디자인에 반영했다. 이를 통해 디자인을 최적화한 뒤 액티브 셔터 그릴, 에어덕트 및 에어 커튼, 언더 플로어 커버 등을 적용해 이전 대비 공기저항 계수를 3% 이상 향상시켰다.

노면과 주행모드에 맞게 감쇠력을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서스펜션 구조 및 액티브 컨트롤 댐퍼 시스템도 주행성능에 큰 도움을 준다. 주행 상황에 따라 큰 움직임에는 강한 감쇠력, 작은 움직임에는 약한 감쇠력으로 차체자세를 안정적으로 제어해 거친 주행에도 최적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덕분에 고속에서 단단하고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는 부드럽다.

어코드는 노멀, 스포츠, 이콘 3가지 주행모드에 따라 핸들링과 승차감이 조절된다. 스포츠 주행모드에서는 패들 시프트를 사용해 더욱 적극적인 주행을 할 수 있다. 또한 고강도 소재를 적용한 차세대 ‘에이스 보디’를 적용해 차체 움직임을 개선하고 충돌 안전성을 강화했다.

실내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버튼식 변속기다. 기어봉을 없애 중앙 콘솔 부분을 매끈하게 만들었다. 2열 공간은 말 그대로 광활하다. 키 180cm의 덩치 큰 성인 남성이 편하게 앉아도 무릎 공간이 한참 남는다. 휠베이스가 길어진 덕분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혼다 센싱’은 안정성을 보장한다. 전면 그릴 하단에 장착된 레이더와 전면 유리 윗부분의 카메라를 통해 자동감응식 정속주행 장치와 저속추종장치, 차선유지보조시스템, 추돌경감제동시스템, 차선이탈경감시스템, 오토하이빔,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등을 구현한다.

이 밖에 주요 안전 편의사양으로 8개 에어백, 19인치 스포츠 알로이 휠, 원격시동, 워크 어웨이 락, 헤드업 디스플레이, 오토파워폴딩 아웃사이드 미러,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7인치 디지털 계기반,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등이 있다. 가격은 4290만원이다. 1.5리터 터보 모델은 3640만원이다.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