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팰리세이드’ 그 속에 숨은 뒷얘기

이장훈 기자 / 기사작성 : 2020-10-27 15: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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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삼성vs현대’에 얽힌 가문의 비화




현대차가 자랑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에게 또 다른 애칭이 붙었다. 바로 ‘삼성차’다.  

현대차의 대표 차종에 ‘삼성차’라는 별칭이 붙은 건 아이러니다. 삼성그룹은 1995년 3월 삼성자동차를 설립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2000년 7월 르노그룹에 삼성차를 매각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팰리세이드가 뜬금없이 삼성차라고 불리는 건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해프닝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총수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망하자 정·재계 인사들은 일제히 조문을 왔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 사망으로 차기 삼성그룹 총수가 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를 직접 운전해서 빈소에 나타난 것이다.  

수많은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팰리세이드 운전석에서 내렸다. 팰리세이드 뒷좌석에 태운 아들 이지호 씨, 딸 이원주 양과 함께 팰리세이드에서 내려 취재진 앞에 등장했다. 팰리세이드가 ‘삼성차’로 불리게 된 배경이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현대차를 타고 다 함께 공식 석상에 등장한 건 전례가 없던 일이다. 대대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사이가 안 좋았기 때문이다. 정주영 창업주의 70세 생일파티에 이병철 창업주가 참석하면서 대대로 ‘앙숙’이었던 두 창업주가 겨우 앙금을 해소했을 정도다. 

자동차 사업을 두고도 삼성과 현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은 1990년대 들어 완성차 사업 진출을 추진했다. 사내에 자동차 사업을 담당하는 비밀 조직을 만들고, 1994년 12월 상공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승용차 사업 진출을 허가받았다. 새롭게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삼성그룹은 아무래도 자동차 업계에서 인력을 스카우트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현대차에서도 고위 임원 7명을 스카우트했다.  

1997년 법정관리에 돌입한 기아자동차를 놓고 삼성자동차는 인수를 추진했었다. 1993년까지만 해도 삼성생명이 기아차 지분을 8%까지 보유했었다. 이때 현대차그룹이 삼성그룹의 자동차 사업 진출을 방해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결국 1조 20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써낸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했다. 

이처럼 대대로 ‘앙숙’이었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 5월에는 정 회장이 현대차 총수 일가로는 처음으로 삼성SDI의 배터리 공장을 방문했고, 두 달 뒤에는 이 부회장이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전기자동차(EV) 전용 배터리와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서 협력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이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를 타고 온 것도 이와 같은 협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화답하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이건희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그는 빈소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고인에 대해서 “항상 따듯하게 잘 해주셨다”면서 “너무 훌륭하신 분이 돌아가셔서 참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경제계에서, 모든 부문에서 1등 정신을 아주 강하게 심어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추모했다.   더드라이브 / 이장훈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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