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이 가격 정말 실화?”…7294만원 볼보 ES90, 타보고 놀란 5가지

조창현 기자 / 기사작성 : 2026-09-23 14: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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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마력의 강력한 출력보다 먼저 와닿은 것은 편안함이었다. 속도를 높여도 흐트러지지 않는 안정감,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시트, 전기차 특유의 모터음조차 들리지 않는 정숙성까지. 볼보의 새로운 순수 전기 플래그십 ES90은 운전자를 자극하기보다 편안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차였다.

 

ES90를 타고 서울 코엑스 마곡을 출발해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와 신평화로, 광릉수목원 일대를 오가는 약 120km 구간을 달렸다. 도심부터 고속도로, 굽은 지방도로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ES90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승차는 트윈 모터 AWD 모델. 106kWh 배터리와 두 개의 전기모터를 조합해 최고출력 456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4초 만에 가속한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강력한 차다. 하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으면 성격은 의외로 온화하다.

 

 

# 고속에서도 차분하다…힘보다 돋보이는 안정감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이자 ES90의 장점이 뚜렷해졌다. 직진성이 생각 이상으로 좋다. 속도가 높아져도 차체가 불안하게 흔들리거나 운전자가 계속 스티어링을 수정해야 하는 느낌이 전혀 없다.

 

스티어링 반응도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다. 운전자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굳이 운전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부담 없이 다룰 수 있을 정도다.

456마력이라는 출력 역시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보여준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큰 차체가 순식간에 속도를 높인다. 하지만 처음부터 운전자를 등받이에 밀어붙이는 식의 과격한 설정은 아니다.

 

빠르지만 편하다. ES90을 시승하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생각이다.

 

 

주행모드는 레인지, 스텐다드, 퍼포먼스, 오프로드 등으로 나뉜다. 원 페달 드라이브 역시 끄기와 낮음, 높음, 자동으로 세분화했고 스티어링 감도도 부드러움, 표준, 단단함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 적용 모델에서는 서스펜션 감도까지 바꿀 수 있어 운전자 취향에 따라 차의 성격을 상당 부분 조절할 수 있다.

 

# 세단보다 높고 SUV보다 낮다…묘하게 편한 운전 자세

 

ES90의 또 다른 특징은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높이다. 일반 세단보다 시트 포지션이 높지만, SUV처럼 높은 곳에 올라앉는 느낌은 아니다. 정확히 그 중간 어디쯤이다.

 

 

덕분에 전방 시야가 넓고 차의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쉽다. SUV를 운전할 때의 시야 확보 장점을 어느 정도 가져오면서 세단 특유의 안정적인 운전 자세는 유지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5,000mm, 휠베이스 3,102mm, 전고 1,550mm다. 최저지상고도 최대 188mm로 일반적인 세단보다 여유가 있다.

 

이 차이는 요철이나 도로 공사 구간을 통과할 때 체감됐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도 차체 하부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세단의 승차감과 SUV의 실용성을 결합했다는 볼보의 설명이 실제 주행에서도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다.

 

 

#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시트…장거리에서 더욱 빛나

 

볼보의 시트는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몸을 지나치게 조이지 않으면서 허리와 옆구리를 자연스럽게 감싼다. 푹신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신체를 안정적으로 받치면서 압박감은 크지 않았다.

 

약 120km를 주행하는 동안 피로감도 크지 않았다.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트의 장점이 더욱 분명하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운전석에는 13.2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9인치 운전자 디스플레이, 14.5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가 배치된다. 물리 버튼을 최소화한 구성은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하지만, 주요 기능을 중앙 화면에 일관되게 배치했다.

 

 

# ‘윙~’ 하는 전기차 소리가 없다…정숙성은 압권

 

ES90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가운데 하나는 정숙성이다. 전기차라고 모두 같은 수준으로 조용한 것은 아니다. 일부 전기차에서는 가속하거나 속도를 유지할 때 특유의 ‘윙~’ 하는 전동모터 고주파음이 실내로 유입돼 탑승자의 귀를 괴롭히고 멀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ES90에서는 이런 소리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모터음뿐 아니라 풍절음과 노면소음 차단도 상당히 잘 돼 있다. 고속 영역에서도 실내가 차분하게 유지된다.

 

볼보가 공개한 자료에는 도심 주행 구간 ES90의 실내 소음이 55.6dBA로 나타났다.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차량의 63.0dBA보다 낮은 수치다. 공기저항계수도 Cd 0.25까지 낮췄다.

 

 

이처럼 조용한 실내 덕분에 오디오 시스템의 장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울트라 트림에는 25개 스피커와 총 1,610W 출력의 바워스앤윌킨스 하이 피델리티 오디오가 들어간다. 돌비 애트모스도 지원한다.

 

직접 들어보면 단순히 출력만 큰 오디오가 아니다. 악기의 위치와 공간감이 또렷하고, 정숙한 실내와 결합하면서 음악에 집중하기 좋다. ES90에서 오디오를 듣고 있으면 굳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방향지시등 없이 차선 바꾸려 하자, 차가 기존 차선을 유지하도록 핸들을 강력하게 붙잡았다. ‘안전의 볼보’를 체감할 수 있는 순간도 있었다.

 

 

ES90은 5개 카메라와 5개 레이더, 12개 초음파 센서를 적용했다. 이를 기반으로 파일럿 어시스트와 사각지대 경보 및 조향 지원,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교차로 경보와 긴급제동 지원 등 다양한 안전기능이 작동한다. 

 

운전 중에는 이런 시스템이 수시로 개입해 위험 가능성을 줄인다. 때로는 적극적인 개입이 다소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라는 관점에서는 장점이 더 크게 느껴졌다.

 

# 2열 바닥까지 평평하다…세단인데 SUV처럼 쓴다

 

2열 역시 ES90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3,102mm에 이르는 긴 휠베이스 덕분에 기본적인 레그룸이 넉넉하고 바닥도 거의 평평하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높은 센터터널이 없어 좌우 좌석 간 이동도 편하다.

 

 

2열 시트는 40:20:40 비율로 접을 수 있다. 일반적인 세단처럼 작은 트렁크 리드만 열리는 방식이 아니라 뒷유리까지 함께 올라가는 리프트백 구조를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적재공간은 1,445리터까지 늘어난다. 외관은 우아한 대형 세단에 가깝지만, 실제 활용성은 패스트백이나 SUV에 더 가깝다.

 

# 국내 인증 520km…22분이면 10→80% 충전

 

전기차에서 중요한 주행거리도 경쟁력을 갖췄다. 트윈 모터 AWD 모델은 국내 복합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 520km를 인증받았다. 106kWh 배터리가 탑재된다.

 

800V 전기 시스템을 적용해 최대 350kW급 DC 급속충전을 지원하며, 조건이 맞으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2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10분 충전에 최대 300km를 주행하는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WLTP 기준으로는 사양에 따라 최대 706km까지 주행한다.

 

 

# 그리고 다시 가격…7,294만원부터

 

ES90에서 결국 가장 눈길을 끄는 숫자는 가격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플러스가 7,294만원부터 시작한다. 

 

싱글 모터 울트라는 8,055만원, 트윈 모터 플러스는 7,960만원, 트윈 모터 울트라는 8,741만원이다. 최상위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는 9,541만원이다. 모두 환경친화적 자동차 세제 혜택 적용 예정 가격이다.

 

주요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약 5,000만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S90 T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도 사양에 따라 최대 약 1,800만원 낮다.

 

 

전장 5m의 플래그십 전기차에 800V 시스템과 최대 520km의 국내 인증 주행거리, 첨단 안전장비와 프리미엄 사양을 갖춘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은 상당하다.

 

# ‘운전을 잘해야 즐거운 차’가 아니라 ‘누구나 편한 차’

 

ES90을 약 120km 시승하고 난 뒤 남은 생각은 명확했다. 이 차의 장점은 456마력도, 5.4초의 가속성능도 아니다. 빠르게 달릴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운전자에게 끊임없이 과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속에서는 묵직하게 직진하고, 스티어링은 안정적이며, 시트는 몸을 편안하게 받친다. 실내는 조용하고 2열은 넓으며 짐도 제법 많이 실을 수 있다. 세단보다 높은 운전 시야와 SUV보다 낮은 승차 자세도 묘하게 편하다. 여기에 볼보 특유의 적극적인 안전장비까지 더해졌다.

 

 

그래서 ES90은 운전을 좋아하는 한 사람만을 위한 차라기보다 가족 누구에게 운전대를 맡겨도 부담이 없는 프리미엄 패밀리카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7,294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에 내놓았다. ES90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어쩌면 456마력의 성능도, 520km의 주행거리도 아니다. 이 정도 크기와 편안함, 안전과 실용성을 갖춘 플래그십 전기차를 이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ES90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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