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 슈퍼카들이 1500마력을 넘나드는 출력과 제로백 2초 미만의 가속 성능을 앞세우고 있지만, 람보르기니는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슈퍼카의 가치는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람보르기니 CEO 스테판 빈켈만은 2026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중국 고성능차의 급부상에 대해 “우리는 이를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 1583마력 중국 슈퍼카에도 “위협 아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은 기존 유럽 슈퍼카 브랜드의 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BYD 산하 덴자의 전기 슈퍼카 Z다. 최고출력 1583마력을 내세우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초 이내, 최고속도 약 349km/h를 목표로 한다. 수치만 보면 기존 슈퍼카를 압도할 만하다.

하지만 빈켈만 CEO는 중국 슈퍼카 대부분이 순수 전기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이 람보르기니와 비교해 차량의 성능뿐만 아니라 특히 “사운드와 감성”에서 아직 경쟁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 람보르기니가 믿는 것은 ‘감성’
람보르기니가 말하는 성능은 단순한 가속 기록이나 최고출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고회전 내연기관이 만들어내는 배기음과 진동, 스로틀 반응, 코너에 진입하고 빠져나올 때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까지 포함한다.
빈켈만은 앞선 인터뷰에서도 람보르기니의 성능에는 가속·최고속도·랩타임 같은 숫자뿐 아니라 제동과 진동, 사운드 등 운전자가 직접 느끼는 감정적 요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플래그십 레부엘토가 전동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연흡기 V12 엔진을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첫 순수 전기차도 서두르지 않는다
람보르기니는 순수 전기차 출시에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당초 첫 양산형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고객 수요와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출시 시점을 2030년 이후로 미뤘다. 빈켈만은 이 결정에 대해 만족하고 있으며 고객 반응 역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람보르기니 제품 책임자 스테파노 코살터 역시 향후 전기차를 출시한다면 “성능 측면에서 걸작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출력만 높은 전기차로는 람보르기니라는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 그래도 중국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어
빈켈만도 중국 업체가 영원히 경쟁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향후 중국 업체들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 정교한 섀시 기술까지 갖춘 슈퍼카를 본격적으로 내놓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장성자동차(GWM)는 4.0리터 트윈터보 V8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탄소섬유 모노코크를 갖춘 미드십 슈퍼카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빈켈만 역시 미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절대 아니라고 단정하지 말라”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중국 슈퍼카는 출력과 가속 성능에서는 이미 기존 유럽 브랜드를 위협할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람보르기니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단순히 가장 빠른 자동차가 아니라 배기음과 기계적 감각, 브랜드 역사까지 포함된 ‘경험’이라고 보고 있다. 1500마력을 만드는 것보다, 고객이 그만한 돈을 지불하고 싶게 만드는 감성을 만드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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