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를 세워둔 채 시동을 켜두는 공회전은 많은 운전자들이 무심코 하는 습관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반복될 경우 연료 낭비뿐 아니라 엔진을 빠르게 마모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 소유자는 일반적으로 엔진오일 교환 시기 등 정비 기준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설명서를 참고한다. 제조사들이 설명서에서 정비 주기를 ‘일반 조건’과 ‘가혹 조건’으로 구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혼다는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서 약 1만2000~1만6000㎞마다 엔진오일 교환을 권장한다. 그러나 극심한 저온 환경이나 먼지가 많은 지역 등 가혹 조건에서는 약 8000㎞마다 교환할 것을 권고한다.
차량을 자주 운행하지 않더라도 최소 연 1회 오일 교환이 필요하다. 엔진오일은 주행거리뿐 아니라 시간 경과에 따라서도 산화와 열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 엔진 가동 시간과 공회전 시간
정비 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요소는 엔진 가동 시간과 공회전 시간이다. 이 개념은 주로 디젤 트럭 관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가솔린 차량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엔진 가동 시간은 차량이 고속도로를 주행하든 정체 구간에 머물든 상관없이 엔진이 작동한 총 시간을 의미한다. 반면 공회전 시간은 차량이 정지한 상태에서 엔진이 켜져 있는 시간을 뜻한다.
일상적인 운전에서 몇 분 정도의 공회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매일 장시간 공회전을 반복하면 주행거리가 늘지 않더라도 엔진 마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주행거리만 기준으로 정비 시점을 판단하면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운송 업체들은 공회전 시간을 관리해 연료 비용과 정비 비용을 줄이려 노력한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총중량 약 8.8t급 중형 디젤 배송 트럭은 공회전 시 시간당 약 3.1L의 연료를 소비한다.

차량 10대가 하루 2시간씩 공회전을 할 경우 연간 약 2만3000L의 연료가 낭비될 수 있다.
가솔린 차량도 상황은 비슷하다. 2.0L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소형 세단은 공회전 시 시간당 약 0.6L의 연료를 소비한다. 4.6L 엔진을 탑재한 대형 세단의 경우 시간당 약 1.5L의 연료가 소모된다.
# 장시간 공회전이 엔진에 미치는 영향
공회전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비 저하뿐 아니라 엔진에도 부담이 커진다. 과도한 공회전은 오일 희석과 점도 저하, 유압 저하 등을 유발해 엔진 마모를 가속할 수 있다.
또한 공회전 상태에서는 연료 혼합비가 상대적으로 농후해지고 오일과 냉각수 순환도 부하가 걸린 주행 상황만큼 원활하지 않다.

이러한 조건이 지속되면 불완전 연소가 발생하고 충분한 열이 형성되지 않아 카본 침전물이 축적될 수 있다. 이 침전물은 EGR 밸브나 인젝터 등에 쌓여 출력 저하나 경고등 점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디젤 엔진의 경우 장시간 공회전이 DPF(디젤 미립자 필터)와 EGR 시스템의 조기 마모 또는 막힘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회전 1시간이 약 48㎞ 주행과 비슷한 수준의 엔진 마모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차량이 가혹 조건에 자주 노출된다면 정비 주기를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가혹 조건에는 극한 기온에서의 주행, 견인, 심한 교통 정체 구간 운행, 그리고 장시간 공회전 등이 포함된다.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연료 소비를 줄이고 엔진 수명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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