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강타한 ‘테무 레인지로버’ 4만 달러짜리 재쿠 7은 왜 잘 팔릴까?

조윤주 기자 / 기사작성 : 2026-01-22 15: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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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SUV를 대거 선택하는 장면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 영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테무 레인지로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SUV, 재쿠(Jaecoo) 7이 있다.

 

재쿠 7은 중국 체리자동차(Chery) 산하 브랜드 재쿠의 중형 SUV이다. 레인지로버를 연상시키는 각진 디자인과 압도적으로 낮은 가격 때문에 이런 별명을 얻었다. 이름 그대로, 고급 SUV의 이미지를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의미다.

 

 

재쿠는 2025년 초 영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재쿠 7은 단순한 화제성 모델에 그치지 않았다. 2025년 10월 한 달에만 2,600대 이상이 판매되며, 영국 내 중국 자동차 가운데 최다 판매 모델로 올라섰다. 연초부터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만 대를 돌파했다.

 

# 레인지로버 ‘대체재’라는 인식

 

재쿠 7의 영국 내 시작 가격은 약 3만 1,000파운드(약 5,900만 원) 수준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약 3만 5,000파운드(약 6,930만 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영국 가격이 약 4만 4,000파운드(약 8,685만 원)부터 시작한다.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 때문에 재쿠 7은 ‘레인지로버를 닮은 SUV’라기보다는, 레인지로버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테무 레인지로버’라는 별명 역시, 저렴한 가격에 유명 제품의 대안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테무(Temu)에서 비롯됐다. 조롱이라기보다는, 가격 대비 만족도를 강조한 표현에 가깝다.

 

 

# 가격만 싼 차는 아니다

 

재쿠 7에 대한 평가가 단순히 가격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대형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파노라마 루프, 열선 시트 등 기본 사양이 상당히 풍부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 가격대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구성”이라고 호평한다.

 

영국의 한 소비자는 재쿠 7에 대해 “테무 레인지로버가 오히려 진짜보다 낫다”라고 주장했다. 적어도 체감 품질과 실내 기술 측면에서는, 가격 이상의 인상을 남기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일부 독립 시승 평가에서는 주행 감각과 핸들링이 전통적인 프리미엄 SUV만큼 정교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랜드 역사가 짧은 만큼, 장기 내구성과 서비스 네트워크에 대한 불안도 여전히 존재한다.

 

#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 큰 변화

 

재쿠 7의 성공은 단일 모델의 흥행을 넘어, 영국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 2025년 기준, BYD·MG·오모다·재쿠 등 중국 브랜드의 신차 등록 비중은 몇 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생활비 상승과 고금리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브랜드 역사만으로 비싼 SUV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 비슷한 디자인, 체감 품질, 충분한 사양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차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재쿠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들은 딜러 네트워크 확대, 긴 보증 조건,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빠르게 신뢰를 쌓고 있다. 실제로 재쿠는 영국에서 검색량 기준 가장 많이 검색된 중국차 브랜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 국내에는 없지만, 중요한 이야기

 

재쿠 7이 우리나라 시장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그러나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변화는 글로벌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차 제조사들은 이제 단순히 ‘전기차를 싸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디자인·가격·현지 취향을 동시에 공략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테무 레인지로버’ 현상은 기존 자동차 서열이 얼마나 빠르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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