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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고체 배터리 <사진=현대차> |
전기차 배터리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연구실을 넘어 기존 공장 생산라인으로 향한다. 미국 배터리 기술 기업 팩토리얼과 한국의 SK온이 손잡고, 현재 가동 중인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시설에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지 본격적으로 검토한다.
팩토리얼은 지난 7월 29일 SK온과 전고체 배터리 생산 가능성을 공동으로 평가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새로운 전고체 배터리 공장을 처음부터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 SK온이 보유한 배터리 제조 기술과 글로벌 생산 기반을 활용해 팩토리얼의 FEST 배터리를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시설에서 제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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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고체 배터리 <사진=포스코> |
양사는 앞으로 FEST 배터리의 기술적 타당성과 양산 준비 수준, 실제 생산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공정 조건 등을 공동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초기 합의다. 실제 공동 생산이나 투자, 공급 규모 등은 향후 별도의 본계약이 체결돼야 확정된다.
# 새 공장 대신 기존 생산라인 활용
업계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빠른 충전 성능을 구현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실험실과 시험 생산 단계에서 우수한 성능을 확보하더라도, 자동차용 배터리를 일정한 품질과 가격으로 대량생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특히 새로운 소재와 전해질을 사용하려면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와 다른 생산설비가 필요할 수 있다. 생산라인을 새로 건설하거나 대대적으로 개조할 경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팩토리얼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자본 효율적’ 양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자사의 배터리 제조공정이 기존 리튬이온 생산라인과 약 80% 호환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전략이 실제 SK온 생산시설에서도 검증된다면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초기 투자비와 공장 전환 기간을 크게 줄일 가능성이 있다.
팩토리얼의 최고기술책임자 알렉스 유(Alex Yu)는 이번 협력이 자사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과 SK온의 제조 전문성을 결합해 상용화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기수 SK온 미래기술원장도 SK온의 배터리 기술과 생산 경험을 토대로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타당성과 제조 준비 수준을 평가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 리튬메탈 음극 적용한 FEST 배터리
팩토리얼의 FEST는 ‘Factorial Electrolyte System Technology’의 약자다. 리튬메탈 음극과 고용량 양극, 준고체 전해질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팩토리얼은 이 구조가 고체 전해질의 성능·안전상 이점과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생산성을 함께 확보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인 액체 전해질 배터리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면 같은 주행거리를 더 작고 가벼운 배터리팩으로 확보하거나, 동일한 크기의 배터리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다만 FEST는 전해질 전체가 완전한 고체로 구성되는 전고체 배터리와는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 팩토리얼이 ‘준고체 전해질’을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 흔히 쓰는 넓은 의미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 벤츠 EQS로 1,200km 이상 주행
팩토리얼은 이미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FEST 배터리를 탑재한 개조형 EQS 시험차를 이용해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스웨덴 말뫼까지 충전 없이 1,205km를 주행했다. 이는 실제 도로 환경에서 차세대 배터리의 장거리 주행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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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고체 배터리 <사진=포스코> |
스텔란티스는 팩토리얼의 77Ah급 셀을 시험해 에너지 밀도와 급속 충전 성능, 다양한 온도 조건에서의 출력 특성을 검증했다. 해당 기술은 닷지 차저 데이토나 기반의 시험 차량에도 적용됐다.
팩토리얼은 메르세데스-벤츠와 스텔란티스뿐 아니라 현대차·기아 등 여러 완성차 업체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협력을 진행해왔다.
# 한국 배터리 제조력과 미국 기술의 결합
이번 협력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의미가 크다. 전고체 배터리 경쟁은 지금까지 소재 개발과 셀 성능 향상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누가 먼저 자동차용 품질과 수율을 확보해 대규모 생산으로 전환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팩토리얼이 셀 설계와 전해질 기술을 제공하고 SK온이 제조공정과 생산 경험을 결합하면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던 기술을 실제 산업 생산라인으로 옮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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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고체 배터리 <사진=현대차> |
특히 기존 공장과 장비를 상당 부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검증될 경우, 향후 SK온의 국내외 생산시설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공급망을 확대할 가능성도 열린다. 다만 구체적인 생산 거점과 투자 규모, 양산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전고체 배터리는 오랫동안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충전시간, 화재 우려를 동시에 개선할 기술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자동차용 전고체 배터리를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수준의 규모와 가격으로 대량생산한 사례는 제한적이다.
이번 SK온과 팩토리얼의 협력 역시 당장 양산을 시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배터리 기술 자체를 넘어 기존 생산라인에서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검증한다는 점에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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