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의 기록은 보통 ‘얼마나 빠른가’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다. 프랑스 소형 브랜드 리기에(Ligier)가 역대 가장 느린 랩타임 기록을 경신했다. 그것도 무려 66년 만이다.

주인공은 디젤 마이크로카 리기에 JS50이다. 출력은 고작 8마력, 최고속도는 시속 45km로 제한된 간신히 자동차로 분류되는 수준의 초소형 사륜차다. 이 차량은 노르트슐라이페 한 바퀴를 도는 데 28분 25초 81이 걸렸다. 기록이라 부르기 민망할 수 있지만, 엄연히 새로운 ‘최하위’ 기준점이다.

이번 도전은 프랑스 자동차 전문기자 두 명의 기획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디젤 JS50을 타고 파리에서 출발해 독일 뉘르부르크링까지 이동한 뒤, 기록 주행에 나섰다. 2도어 형태의 JS50은 두툼한 차체와 단순한 구조를 갖춘 전형적인 마이크로카다. 프랑스에서는 만 14세부터 면허 없이 운전할 수 있는 쿼드리사이클 등급에 속한다.

기존 ‘가장 느린 기록’은 1960년 트라반트 P50이 세운 16분 1초였다. 리기에의 기록은 이를 훌쩍 넘어선다. 참고로 노르트슐라이페를 가장 빠르게 주파한 양산차는 메르세데스-AMG 원으로, 기록은 6분 29초 1이다.

이번 도전에는 전기차 버전도 함께했다. 디젤 모델과 동일한 L6e 등급의 전기 JS50은 27분 55초 58을 기록했다. 최고속도를 시속 75km까지 높인 상위 L7e 전기 버전은 비교적 ‘빠른’ 19분 53초 36에 랩을 마쳤다.

리기에는 이 느릿한 도전을 기념해 한정판 모델도 선보인다. ‘얼티밋 레이싱 익스피리언스(Ultimate Racing Experience)’ 에디션으로 불리는 이 특별 사양은 2026년 한 해 동안 유럽 시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이 모델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파랑·흰색·빨강의 삼색 도장을 적용하고, 난캉 RC 세미 슬릭 타이어와 블랙 16인치 휠을 조합한다. 전용 배지와 프랑스 국기를 모티프로 한 시트 업홀스터리, 알루미늄 기어 노브, 알칸타라 파킹 브레이크 부트, 파란색 안전벨트와 스티어링 휠 포인트 등도 추가된다. 대시보드에는 이번 기록을 기념하는 스티커가 붙는다.

리기에는 한때 포뮬러 원 팀을 운영했던 브랜드다. 지금은 느림을 무기로 삼아 가장 느린 기록을 세웠다. 빠름이 전부인 서킷에서, 이보다 더 리기에 다운 퍼포먼스는 없을지도 모른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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